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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떡볶이가 사찰음식이라고?

by journalistlee 2024. 6. 20.

떡볶이가 사찰음식이라고?

| 돈은 없어도 불교 문화는 즐기고 싶어! MZ 취준생들의 좌충우돌 사찰 음식 체험기

 

성원영 기자, 이채연 기자, 박한재 기자, 정혜정기자

 

● 시작은 뉴진스님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지난 5월 10일, 한국잡지교육원 동기의 컴퓨터 모니터에 대머리 스님이 대문짝만하게 있는 걸 발견했다. 사진 속 스님과 눈이 마주친 난 냉큼 동기에게 물었다.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야?' 그는 '뉴진스님에 대한 기사를 보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뉴진스님은 개그맨 윤성호가 승려 복장을 하고 디제잉을 하는 캐릭터로, SNS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이렇듯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여러 불교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에 열린 불교박람회는 전년 대비 관람객이 3배 증가했고, 그중 80%가 2030 세대였다. 지난 5월 부처님 오신 날에 열린 조계사 '봉축법요식'엔 무려 1만여 명이 방문했다.

이외에도 반려견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 캠핑과 접목한 템플스테이 등 전통적인 불교 문화와 젊은 세대의 문화가 합해져 'MZ 불교문화'라는 단어가 파생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굉장한 호기심이 생겼다. 실제 20대 MZ 시민기자 네 명이 모여 직접 불교문화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정말 무소유의 종교인이 될 게 아니라면 불교문화 체험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 [당일+기차표 포함]나에게 찍는 쉼표, 공주 갑사 템플스테이
체험비용: 99,000원(어른, 어린이, 경로 동일)
링크: https://zrr.kr/b7rK
 
2. 서산 개심사 '백패킹 캠플스테이'
체험비용: 50,000원 (+장비 대여 30,000원 별도)
링크: https://www.instagram.com/naepojb?igsh=MWU4N25kc2R3cmhp
 
3. 망경산사 꽃향기 나는 템플스테이_(스님과의 차담_야생화차)
체험비용: 1박2일 8만원
링크:https://zrr.kr/U1Bp 

 

우리의 신분은 '언론사 취업을 목표로 한 취업준비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5만 원이 넘어가는 비용을 쉽게 내기는 어려웠다. 좀 더 저렴한 템플스테이나 불교 행사(불교 굿즈 팝업스토어, 불교 컨셉 카페 방문 등)를 찾아봤으나 이번엔 네 명의 일정을 맞출 수 없었다. 이대로 'MZ 불교 취재기'는 접어야 하나,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그때 사찰 음식 레시피를 알려주는 '한국사찰음식' 사이트에서 떡볶이 레시피를 찾아냈다. 우리 모두 깜짝 놀라 외쳤다.
 
● 떡볶이가 사찰음식이라고?
 
'한국사찰음식' 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불교가 자리잡은 삼국시대에 왕실과 귀족들이 앞장서서 채식을 권장해 민간에 불교식 식문화가 퍼졌다'고 한다. 해당 식문화는 시간이 지나 한국의 풍토에 맞는 농작물과 채소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 사찰 음식은 친환경 건강식을 지향하며,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다양한 천연 발효 음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  이마트 여의도점  ⓒ 이채연 기자

 

해당 사이트에서 소개한 떡볶이 역시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로 만드는 건강식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바로 동네 마트로 달려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재료를 사고, 사이트에 적힌 레시피를 따라 음식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불효녀부터 프로 자취생, 요식업계 출신까지 다양하게 모인 우리들. 과연 떡볶이 요리는 성공적이었을까? 
 
● 4가지 사찰음식 떡볶이 레시피 소개

프로 자취생이 만드는 '현미 떡볶이'
 
본가에서 나와 산 지 9년 차. 한 시간 동안 떡만 썰었다.
(Feat. 이채연 기자)

▲  현미떡볶이 재료  ⓒ 이채연 기자

 

[재료]
현미 가래떡 200g, 양배추 100g, 청고추 1개, 홍고추 1개, 오이 1/2개, 간장 4t, 참기름 3t, 조청 2t, 참깨가루 3t(공식 페이지보다 간장·참기름·참깨가루를 조금 더 준비했다)

[요리 과정]
1. 현미 가래떡은 5cm 길이로 잘라 4등분 한 다음 끓는 물에 말랑하게 데친 후 찬물에 헹군다.
 
- 나무 도마에서 떡을 썰다 보니 떡이 도마와 칼에 다 눌어붙었다. 떡을 다 썰고 보니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플라스틱 도마 사용을 추천한다. 떡을 데치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떡을 찬물에 헹군 후 얼음을 위에 올려두면 떡이 더 탱글탱글하게 된다고 하셨다.
 
2. 양배추는 깨끗이 씻어 5x0.7cm 크기로 채 썬다.
 
- 양배추·오이·청고추·홍고추는 썰어놓은 떡과 비슷한 크기로 자르는 게 포인트다.
 
3. 오이는 소금으로 문질러 씻는다. 반으로 자른 뒤, 세워서 4등분 한다. 씨를 제거하고 5x0.7cm 크기로 채 썬다.

 

▲  프로 자취생의 칼질  ⓒ 이채연 기자

 

4. 청고추와 홍고추는 깨끗이 씻어 5x0.7cm 크기로 채 썬다.
5. 약불로 달궈진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양배추·오이·청고추·홍고추를 볶는다. 볶다가 참기름 향이 올라오면 떡을 넣고, 물을 종이컵으로 한 컵 붓는다.
6. 야채가 반쯤 익으면 간장·참기름·조청·참깨가루로 간을 한다.
7. 그릇에 담아 그 위에 참깨 가루를 뿌려 주면 완성

▲  현미떡볶이 완성본  ⓒ 이채연 기자

 

재료 준비부터 완성까지 총 세 시간이 걸렸다. 떡볶이를 입에 넣는 순간 이곳은 풍경 소리가 들리는 절이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참깨 가루 향기가 흘린 땀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요리 초보가 야심 차게 도전한 '김치떡볶이'

물컵 한 번 더 부었다가 한강물 된 사연.
(Feat. 성원영 기자)

 

▲  김치떡볶이 재료  ⓒ 성원영 기자

[재료]
김치320 g, 배추500 g, 떡볶이떡300 g, 물400 g
(양념류) 설탕2 테이블스푼, 고추장5 테이블스푼, 통깨1 테이블스푼

[요리 과정]
1. 떡볶이 떡과 배추를 물에 씻어 놓는다.
 
2. 김치는 속을 털고 꼭 짠 뒤 먹기 좋게 썰어서 물을 붓는다.
 
- 이 레시피는 물의 양을 얼마나 잘 조절하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까다로운 레시피다. 2단계에서 김치에 물만 넣고 끓일 때만 해도 물이 적어 보일 수 있다. 그래도 이때 물을 더 부으면 안 된다.
 
3. 김치가 끓으면 배추와 설탕, 고추장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 배추 500g은 생각보다 양이 많다. 거의 한 바구니를 꽉 채울 정도의 배춧잎을 넣자, 배추의 숨이 죽으며 물이 불어난다. 섣불리 물을 더 넣으면 자칫 김치떡볶이가 아니라 김치 떡국이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4. 떡을 넣고 익으면 간이 배일 때까지 끓인 뒤 통깨를 뿌리면 끝.

▲  김치떡볶이 연출샷  ⓒ 성원영 기자
▲  김치떡볶이 현실 ver.  ⓒ 성원영 기자

 

분명 1인분 기준으로 요리했는데 3인분이 나오고 말았다. 요리 팁을 주자면 짠 걸 싫어하는 사람은 김치와 고추장을 레시피보다 조금 덜 넣고, 설탕은 4 테이블스푼 정도 넣는 걸 추천한다. 그래도 합성 조미료없이 감칠맛 나는 성공적인 사찰 떡볶이였다.  
 

'맛없없'이란 이런 것. '김치 버섯떡볶이'

요식업 출신이지만, 이 정도면 초심자도 '뚝딱' 가능해요.
(Feat. 박한재 기자)

 

▲  김치버섯떡볶이 재료  ⓒ 박한재 기자

 

[재료]
김치 50g, 애느타리버섯 30g(참타리 버섯으로 대체했다.), 떡국떡 150g
(양념류) 들기름 2테이블스푼, 설탕 0.3테이블스푼, 간장 1테이블스푼, 통깨1테이블스푼
 
[요리 과정]
1. 배추김치는 송송 썰고 애느타리 버섯은 먹기 좋게 썬다.
 
- 이 단계에서 미리 떡을 물에 불려두면 좋다.
 
2.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배추김치와 애느타리버섯을 넣어 볶다가 김치가 부드러워지면 설탕을 넣는다.
 
3. 떡국떡을 넣어서 볶다가 떡이 말랑해지면 간장으로 간을 하고 통깨를 뿌린다.
 
- 간장은 양조절이 필요하다. 레시피에 적힌 1테이블스푼을 그대로 넣을 경우, 굉장히 짤 뿐만 아니라 색이 까매져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 김치 양념의 염도와 떡의 양 등을 고려해 적절히 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  김치버섯떡볶이 완성본  ⓒ 박한재 기자

 

재료 준비부터 요리 과정까지 특별히 어려울 게 없다. 조리 시간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간단해 초심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더욱이 김치와 버섯은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 고소한 들기름에 볶은 김치의 식감과 떡국떡 특유의 쫀득함이 잘 어우러져, 사찰음식이라는 것을 잊을 만큼 대중적인 느낌을 준다. 레시피 기준 김치와 버섯의 양이 적다는 것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이었다. 기호에 맞게 더 추가하는 것도 추천한다.

 

 

재료 찾는 게 난관이었던 '절편배추 떡볶이'

레시피대로 만들었더니, 너무 짜다.
(Feat. 정혜정 기자)

 

▲  절편배추떡볶이 재료  ⓒ 정혜정 기자

 

[재료]
강원도 절편(쑥, 쌀) 100g, 배추잎 1장, 무 30g, 풋고추 1/3, 들기름 2 테이블스푼, 간장 2 테이블스푼(기호에 따라 양 조절가능), 조청 1 테이블스푼(꿀로 대체했다), 통깨 1 테이블스푼

[요리 과정]
1. 절편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 이상하게도 절편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동네 떡집을 2곳이나 돌았으나 쑥개떡만 실컷 보고 나왔다. 어쩔 수 없이 마트 절편을 샀다. 강원도 절편은 다음 기회에 요리해 보기로 결심했다.
 
2. 배추잎은 일정하게 채 썰고, 무는 납작하게 자른다. 풋고추는 반으로 갈라 어슷하게 칼질한다.
3.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배추잎과 무를 넣고 볶다가 준비한 간장의 1/2을 넣는다.
레시피에 간장이 2스푼 들어간다고 쓰여 있어 그대로 따라 했다가 낭패를 봤다. 너무 짜게 되어 채소를 추가로 볶았더니 간이 딱 알맞게 됐다. 간장은 1스푼만 넣는 걸 추천한다
4. 무가 부드러워지면 절편을 넣고 볶는다.
5. 남은 간장과 조청을 넣어 간을 하고 풋고추와 통깨를 넣어 살짝 볶는다.
 
- 조청은 꿀로 대체했다. "꿀이 더 귀한것이니 넣어라" 엄마의 조언을 새겨들었다. 자고로 부모 말은 자다가 들어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  절편배추떡볶이 완성본  ⓒ 정헤정 기자

 

절편과 간장소스의 조합은 평소 자극적인 떡볶이만 먹던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담백하면서도 짭짤한데 배추에서 은은한 단맛이 우러나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한 입 맛본 엄마는 "생각보다 맛있네" 언니랑 동생은 "의외로 맛있네" 초록빛으로 가득한 모습이지만 떡볶이는 떡볶이다. 맛있고 건강하게 한 끼 든든한 식사를 한 듯한 기분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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